산의 생태, 산악인이 가져야 할 책무

산은 맨 처음부터 인간 이외의 많은 생물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왔던 곳입니다. 인간과 함께 여러 식물과 동물들이 이곳의 주인 임 셈입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산악인들의 육중한 등산화에 멸종 위기 생물이 밟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암벽 등반 루트를 개척하는 동안 희귀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생태계의 생물 구성원들에 대한 내용을 배워 생태계에 해를 주지 않는 산행 수칙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합시다. 

산과 바다 하늘이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

산과 생태계

동식물과 환경 사이에 일어나는 질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물 종과 환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생태적 관계라고 합니다. 이중 대표적이고 중요한 몇 가지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1. 물 : 물은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거대한 안정제 역할을 합니다. 물의 98%가 바다에 있고 나머지는 강, 호수, 하천 등에 존재합니다. 물 가운데 1.8%는 극지방의 얼음, 만년설, 빙하 등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2. 대기 : 대기는 자외선을 차단하여 생물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질소 78%, 산소 21%, 소량의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를 포함한 그 외 기체 1%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이 미약한 장막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3. 태양 에너지 : 지구로 들어온 태양 복사선 중에서 절반만이 빛 에너지로 지구 표면에 도달합니다. 그중 식물의 광합성에 이용되는 것은 1% 정도뿐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열은 바다, 호수, 강에 유입되어 물을 증발시키는 데 이용됩니다. 증발하여 수증기 형태로 대기에 올라간 물은 비나 눈이 되어 다시 액체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물의 순환을 통해 지구의 기후가 조절됩니다. 1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도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의 효과입니다.

4. 생물 요소 :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생물 요소에 속합니다. 식물은 생산자, 동물은 소비자, 미생물은 분해자로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생태계를 유지합니다. 생태계 안에서 에너지의 흐름은 일방적입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식물, 초식동물, 육식동물의 순서로 먹이연쇄가 이어집니다. 빛 에너지는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화학 에너지가 됩니다. 식물이 없다면 햇빛은 아무 곳에도 쓸모없는 에너지가 되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뿐만 아니라 미생물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녹색식물의 가장 큰 역할이며 우리가 자연을 가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보존의 중요성

전 세계에 사는 생물은 현재 약 140만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구에 사는 생물의 종 수는 현재 발견된 것보다 두 배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며 학자에 따라서는 최대 3천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곤충과 다른 절지동물 중에 알려지지 않은 게 많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맨눈으로 구분이 어려운 박테리아 상당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리적으로는 열대 삼림 지역과 해양의 생물들이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생물은 자연적으로 진화하고 자연스럽게 멸종하기도 합니다. 지구가 안정된 기간에는 형성되는 종과 멸종되는 종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현재는 인위적인 영향에 의해 멸종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멸종의 99%는 인간의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60년 이후 전 세계에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4,500종의 포유류 중 2.1%에 해당하는 85종이 멸종했으며 9,000종의 조류 중에 113종이 절멸했습니다. 또한 꽃을 피우는 25만 종의 식물 중에서 384종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곳은 섬 지역입니다. 지금까지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조류, 파충류, 포유류의 대부분은 섬에서 살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높은 산의 환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형성된 특수한 환경이며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고산 지역은 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고 살아가기 힘겨운 곳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대를 거듭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생명체들이 있다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이곳에 사는 동물과 식물은 모두 고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생리적 유전적으로 적응한 것들로서 이들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생물들도 적지 않습니다. 산악인은 이런 고산 환경에 들어갈 기회가 많습니다. 등반이나 트래킹할 때는 고산 환경과 그곳의 생물들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 인류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많은 종의 멸종은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잃게 할 것이며 안정성을 감소시킵니다. 이는 곧 인간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장에 생물로부터 가치 있는 의약 원료, 섬유, 목재, 고무 등 유용한 물질을 공급받는 일과 작물 수확 등에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수증기와 산소를 공급해 지구의 기후를 유지해 주는 숲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자연의 이용 가치를 떠나서 우리는 자손들에게 안전한 생태계를 그대로 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의 동료로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올바른 산행 수칙

• 등반 중에 발견하는 쓰레기는 모두 수거한다.
• 돌탑, 깃발, 말뚝 등 표지를 남기지 않는다.
• 눈이 오는 경우라도 등반 장비와 야영 장비를 분실하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깔끔한 야영 생활을 한다.
• 야영을 마치고 출발할 때는 모두 자연 상태로 복원시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 등반 루트에 있는 식물과 바위를 훼손하지 않는다.
• 고고학적인 유적이 발견되면 건드리지 말고 바로 당국에 신고한다.
• 영구적인 고정이 되는 피톤 설치를 가급적 피하며 기존의 것이 안전에 심각한 이상이 없을 때는 기존 설치물을 보강하여 사용한다.
• 등반을 목적으로 홀드를 깎거나 바위를 변형시키지 않는다.
• 바위에 영구적으로 남거나 금이 가게 하는 피톤의 설치를 피한다. 망치를 사용하지 않는 너트, 캠 등의 확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피톤 등 고정 확보물을 설치하는 것보다 자연 훼손을 막을 수 있다.
• 다른 지역에서 등반할 때는 그 지역의 등반 관행이나 규칙을 지킨다.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도전 정신을 기르는 산악인들은 산을 존경의 대상으로 경배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의 주인은 인간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모든 생물도 포함된다는 생각을 잊지 말도록 합시다.